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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시집 --- 물 한 잔의 아침

억수로좋은날 2010. 3. 11. 14:11

 



***낙엽***
전생에 무슨 업을 지었기에
    뭇사람들의 발아래 짓밟히며
    이리저리 몸 뒤척이는가
    살아있다는 것이 희망이요
    살아가는 것이 행복이라고
    허허로운 웃음 지으며
    여기저기 기웃대던 너
    이룰 수 없는 인연의 끈 잡고
    아등바등 잠 못 이루더니
    그 숱한 세월 접어두고
    만신창이로구나
    만신창이로구나.
          ***겨울나무 1***
          새날을 채워 가는 겨울나무
          빈 가지에 바람만 가득 걸렸다
          가슴에 안았던 소망 앗아간 바람
          기다림으로 걸어 두고
          여백의 미를 안으로 다스린다
          버림으로써 초연해지는 너
          땅속의 별이 되고 싶은 인생
          당당한 알몸이 되기 위해
          난 무엇을 떨쳐야 한단 말인가
          채워서 비워지는 게 아니라
          비워지는 걸 다시 채우려는
          나의 욕심을 거두고 나면
          내 생의 뒤안길에 시간만 둘 수 있을까
          모두를 버리고서야 모든 걸 얻은 듯
          마냥 자유로운 너.
          ***겨울나무 2***
          우리네 삶 나무와 닮았다
          내 의지와는 상관없이
          바람일 때 있다
          앙상한 겨울나무
          무소유의 화신,
          탐욕의 외골수,
          삶의 종점,
          생의 윤회,
          상반된 생각 저울질한다
          생각은 자유
          뭇사람이 받아드리지 못하는 생각
          생각이 아닌 착각
          착각도 자유
          그러나
          착각은 착각을 불러와
          상처로 남는다
          겨울나무 잎새 떨어내듯
          뭇 사람에게 받은 상처
          안으로 다스리며
          하나 둘 세월을 떨어낸다.
          ***고목 2***
          앙상한 뼈만 남았다고
          애처롭게 쳐다보지 마소
          한땐 학처럼 고고하였소
          이젠 아무런 욕심도 없소
          뭇사람들 오가며 갈겨 놓는
          질퍽하고 구린 이야기
          마음에 담고 웃고 있소
          당당한 모습은 아니지만
          지난 세월 원망도 없소
          내가 팔 벌리고 서있는 것은
          그리움 때문이 아니라오
          그대 잠시 쉬었다 가소
          오래 머물지 못하겠지만
          나 이 자리에 서 있겠소.
          ***소나기 2***
          하늘이 우네요
          따라 울어 봐요
          눈물로 채운 가슴
          하염없이 토해 봐요
          행여 아나요
          무지개 뜰지
          울고 싶을 땐 울어요
          눈물이 나면 울어요
          펑 펑 울어 봐요
          소리 내어 울어 봐요
          한恨 안고 가는 인생
          눈물일랑 두고 가야죠.
          ***망각***
          사랑하는 사람이 아니어도
          그 누구라도
          함께하는 시간 속에
          이별의 아픔은 숨어 있다
          헤어짐이 두려워
          만남을 멀리하겠냐 마는
          어떠한 만남이 될지라도
          이별은 피할 수 없다
          함께하는 시간이 길면 길수록
          헤어짐의 아픔도 더더욱 커지는 것
          그러나
          내가 마음 아파하는 건
          이별의 순간이 서러워서가 아니다
          헤어지고 난 먼 후일
          우리 기억 속에서
          서로의 존재가
          지워질까 두려워서이다.
          ***거울 앞에서***
          또 다른 시간을 맴돌다 자리에 앉았습니다
          어디에 있던 마음을 공유할 사람아
          아침 햇살에는 무지갯빛만 있지 않습니다
          살면서 겪어야 할 마음의 상처 치유해 줄 사람아
          청명한 하늘에 구름 모여 비바람 일듯
          우리들 마음도 천둥번개 칠 날 있습니다
          또 다른 시간을 헤매다 자리에 앉았습니다
          말은 없어도 사랑으로 감싸주는 사람아
          서산 너머에는 어둠만 있지 않습니다
          옆에 있지 않아도 함께라는 의미를 알게 한 사람아
          달빛 사랑 아름다움에 별을 헤아리듯
          그대 변함없는 마음 내 안에 담았습니다.
          ***무엇을 더 슬퍼하랴***
          바람 불면 떠오르는 사람
          비가 오면 생각나는 사람
          눈 내리면 그리운 사람
          그런 사람 내 안에 있으니
          노안이 깊어진들
          무엇을 더 슬퍼하랴
          마른하늘에 번개일 듯
          인간만사 새옹지마인걸
          안경을 써도 맑지 않은 세상
          무시로 떠오르는 사람
          그 사람 마음 닮으려
          날마다 눈 감습니다.
          ***먼 훗날***
          힘들고 괴로워 마음 아파한 일
          즐겁고 행복했던 모든 기억
          먼 훗날 그때에 이야기하자
          살면서 마음 아플 때도 있겠지만
          즐겁고 행복한 날 더 많았다고
          먼 훗날 그때에 이야기하자
          부질없이 던진 말 한 마디가 괴로워도
          행여 깊은 상처 될까 맘졸였다고
          먼 훗날 그때에 이야기하자
          헤어지고 싶도록 미워질 때가 있어도
          미워할 수 없는 그 정 때문에 참았다고
          먼 훗날 그때에 이야기하자
          늘 두 마음 하나같기야 하겠냐마는
          우린 한마음 되려 노력했다고
          먼 훗날 그때에 이야기하자
          사랑의 이름으로 함께한 수많은 추억
          우리 가슴에 의미로 남아 행복했다고
          먼 훗날 그때에 이야기하자
          그리고
          우리는 마음으로 사랑했다고
          먼 훗날 그때에 또 이야기하자.
          ***비 오는 날***
          당신은 나의 하늘입니다
          그렇지만 당신은
          늘 나에게 푸른 하늘로 다가와
          희망만을 주지 않습니다
          뭉게구름 만들어 꿈만을
          주는 것도 아닙니다
          아름다운 노을빛으로
          감동만을 주는 것은
          더욱 아닙니다
          보석처럼 빛나는 별빛으로
          사랑노래만 하는 것은
          더더욱 아닙니다
          때로는 잔뜩 찌푸림으로
          나를 불안하게 하기도 하고
          천둥번개로 두려움에
          떨게도 합니다
          어느 날엔
          걷잡을 수없는 소나기로
          나를 흠뻑 적시게 하고
          억수장마로
          나의 모든 것을 삼켜 버려
          절망하게도 하지만
          나는 묵묵히 당신을
          신앙차럼 우러러봅니다
          그리고 기다립니다
          밝은 태양으로 빛나는 그날을
          그대의 빛으로
          나의 존재가 늘 푸르기를
          비 오는 날에는.....
          ***가슴앓이 사랑***
          가슴앓이 사랑 내게 왔으면 좋겠다
          수없이 많은 날 알음대어도
          늘 함께이고 안 보면 보고 싶은
          바라만 보아도 설레는 가슴앓이 사랑
          알음알음 내게 왔으면 좋겠다
          이름 모를 들꽃에 사뿐히 앉았다
          바람결에 날아가는 나비처럼
          짧은 순간의 사랑이 될지라도
          한번쯤 내게 가슴앓이 사랑
          살며시 왔으면 좋겠다
          뙤약볕에 자지러지는 매미의 절규처럼
          수없이 많은 날 그리움에 가슴 저며도
          애틋한 사랑 알음알음 내게 왔으면 좋겠다.
          안 보면 보고 싶고 늘 함께이고 싶은
          바라만 보아도 설레는 가슴앓이 사랑
          내게 왔으면 좋겠다, 한번쯤...
          ***기다림***
          사랑의 시작은 기다림입니다
          어떠한 사랑이라도 좋습니다
          사랑의 기다림은 행복합니다
          비록 내 곁을 떠날 사랑일지라도
          함께하는 순간들이 소중하기에
          사랑을 기다려 봅니다
          기다림으로 사는 길지 않은 인생
          기대와 설레임으로
          사랑을 기다려 봅니다
          어떤 사랑이 올 줄은
          다른 사람들은 모릅니다
          저마다 기다리는 사랑들이
          마음의 여백에 가득 채워져
          의미로 남길 기다립니다.
            ***시집 물 한 잔의 아침*** 심억수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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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처 : 제천시수산면善友會
          글쓴이 : 스마일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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